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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정원

출판물 정보

작가: 김선익
편집: tttc studio
디자인: tttc studio
페이지수: 64p
발행연도: 2023

작가소개 & 출판물 소개

작가 소개

김선익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며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예술적 실천을 할 것인지 질문하는 방식으로 사진을 사용한다. 방치된 것들, 간과된 것들에서 발생되는 예상치 못한 충돌이나 모순적인 지점에 주목한다. 최근 발표작 <임시 정원 Temporary Garden>은 유례없는 팬데믹 사태로 찾아온 일상의 변화로, 매일같이 집 주변을 배회하던 것이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도시 속 경계를 구분 짓는 울타리 사이를 엉키거나 관통하는 장면들을 포착함으로써 일반적으로 인식되어오던 자연의 의미를 비판적으로 반성하여 담론화하고자 하였다. 2019년에 발표한 <ISOLATION>은 카페 안에서 다양한 군상들을 묘사함으로써 이들이 관계 속에서 마주하는 현실과 모순을 이야기한다. 냉소, 애정, 집요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이미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과 씨름하려는 의지이며 실천의 증거로서 가장 가벼운 재료들로 도시에 깊이를 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https://www.kimsunikstudio.com/

출판물 소개

이 작업은 무엇이 자연인지 그리고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고민한 결과물이다. 나는 사진에 찍힌 대상이 자연 자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본 것들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정체 모를 미생물의 공포로 세계가 들썩였다. 나의 일상생활도 바뀌었다. 매일같이 집 주변을 배회하던 것이 이 작업의 출발이다. 골목골목에는 미지의 조형물들이 산재해 있었다. 건물들의 외벽과 담장을 경계로 내가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여기서부터는 내 땅입니다, 들어오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나는 대체로 내가 갈 수 있는 곳으로만 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작은 틈이라도 보이면 나는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하고 담장 너머 미지의 세계로 발을 디뎠다.
나는 내향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지만 남의 구역에 불쑥 들어가는 것을 겁내지는 않았다. 여러 번 남의 집 대문을 넘나들었다. 담장 높은 곳에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하여 잠시 사다리를 훔치기도 했고, 주인과 마주친 적도 몇 번 있었다. 나는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든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 비슷한 것을 갖고 있다. 아무튼, 길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필연적으로 폐를 끼치게 되어있다. 나는 남에게 폐를 좀 끼치면서 살자고 다짐한지 오래다.
하나의 사진 시리즈로 작업을 완성해 보자고 결정한 뒤, 그 해 겨울에 많은 사진을 찍었다. 겨울에 촬영한 사진이 많기 때문에 나목과 고목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죽은 나무들을 볼 때마다 자주 그것들을 불쌍하다고 여겼다. 그렇나 정말 불쌍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것들에게 삶과 죽음은 다르지 않았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나 자신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