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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에 이르기를

출판물 정보

합정지구에서 열린 기획전 《짐승에 이르기를》 도록

필자 : 정희영, 조재연, 실코, 린드그렌 존슨, 김송희, 권동현+권세정, 강기석, 무니페리, 무진형제
디자인 : 이산도
스크린 프린팅 : 김보배, 박아루
편집 : 권세정, 정희영
페이지수 : 84페이지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마포문화재단
협력 : 개와고양이의정원
발행처 : 합정지구
발행연도 : 2021

작가소개 & 출판물 소개

작가 소개

정희영

미술과 정치, 자본과 시선에 관심을 두고 《학 다리 구멍》(킵인터치, 2017), 《링, 동그라미를 가리키고 사각을 뜻하는》(인사미술공간, 2019), 《Ring: a Circle and a Square》(주홍콩한국문화원, 2020), 《짐승에 이르기를》(합정지구, 2021) 등을 기획해 왔다.

@heeyoungsee

합정지구

합정지구는 문화예술창작자들의 자발적이고 다양한 협업구조를 통한 창작과 연대를 바탕으로 지금 시대에서 예술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비영리 예술공간이다.

www.hapjungjigu.com
@hapjungjigu

개와고양이의정원

개와고양이의정원은 반려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나누며 생태적인 삶을 함께 고민하는 소모임이다.

@dog.cat.garden

출판물 소개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이 ‘사고’이고 사람이 개를 무는 것이 ‘사건’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이 문구가 오래 남았던 것은 사람‘이’ 개를 물어서 ‘사건’이 되었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그것은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인간을 초과한 사태에 관한 것이지, 개가 상처를 입었다는 인간의 폭력성 내지 잔인함에 근거한 문장은 아니다.

예컨대, 개가 어떤 폭력을 경험하더라도 인간은 그 일을 ‘사건’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사건으로 여겼다면 닭이 형광등 밑에서 부지런히 알을 낳는 일이나 소가 한평생을 비좁은 쇠창살 속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는 일은 점점 더 열악한 환경으로 가중되지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왜 강간에 의해 번식해야 하는 생명체가 있는 것인지, 수천만 마리의 돼지가 흙바닥에 생매장되어야 했는지에 관해선 대부분이 물음도 없이, 더 나아가 인식도 없이 그저 ‘이해’한다. 이렇게 죄악이란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반복해왔고 반복해갈 참담한 일상이 평범한 일상과 같은 하늘 아래 공존한단 사실. 합정지구에서 열린 기획전 《짐승에 이르기를》은 그 간극을 놓지 못해 시작된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