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불고기 Yakiniku ToRaJi

작가 소개

양지훈 (b.1995)
다큐멘터리 제작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폭력에 주목하면서 그 폭력으로부터 어떤 대안을 상상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주로 카메라 앞에서 범주화되는 사람들에 관심이 있으며, 동시에 그들을 정해진 이미지 안에 머물게 하는 카메라 뒤의 사람들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이미지를 생산하고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외면되어 온 것들을 드러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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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 소개

《도라지 불고기》는 재일조선인과 조선학교를 다루어온 기존 다큐멘터리들이 반복해온 이미지와 서사의 틈에서 출발한다. 그 안에서 ‘정체성’, ‘투쟁’, ‘감동’ 같은 말들이 지나치게 단단한 규칙처럼 작동하며, 다양한 삶들은 하나의 얼굴로 묶여 왔다. 영웅과 희생, 사명감으로 설명될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그 틀 안에서 좀처럼 호명되지 못했다.
이 작업은 그 빈자리를 응시한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특정한 역할이나 대표성을 기대하는 시선을 불러들이지 않고, 익명성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거창한 서사가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흔들림 없는 일상이다.
《도라지 불고기》는 재일조선인의 전형을 만들고 이를 반복해서 무비판적으로 재현하는 다큐멘터리에 의문을 던지기 위해 내용과 형식에서 기존의 다큐멘터리와 다른 전략을 취한다. 평범함이야말로 지금까지 감춰져 온 세계라고 믿으며, 역사와 정치의 무게 뒤에 가려진 다수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방법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