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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와 우리의 사전

출판물 정보

Your, My and Our Dictionaries

필자 : 이진한
디자인 : 스튜디오 힉(서희선)
페이지수 : 16p
후원 및 주최 : 서울시립미술관
발행연도 : 2015

*Adocs는 플랫폼 뷰어를 통해서만 열람할 수 있는 전자책 형식의 콘테츠를 제공합니다.

작가소개 & 출판물 소개

작가 소개

나에게 언어는 주관적이고 회화는 객관적이다. 외국인 친구의 의례적인 인사말은 오해하지만, 전시장에 걸린 그림은 명쾌하게 해석하고, 지나간 사랑을 슬퍼하는 감정을 글로 표현하자면 페이지가 필요하지만 그림은 하나로 충분하다그런데도 나는 말과 글이 필요하다. 말로는 도무지 설명할 없는 상황, 생각, 감정을 맞닥뜨릴 회화의 언어적 역할이 상기되기 때문이다. ‘말할 없는혹은말이 되는상황이 그림으로 그려지면 이내말이 되고’, 전환의 과정은 작품명, 그림 뒷면, 출판문 등에 서술된다이렇게 언어적 회화와 회화적 언어를 오가는 작업에서 회화와 언어는 서로에게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되어 동등한 위계에 놓인다.

www.leejinhan.com
@leejinhanlee

출판물 소개

<너와 나와 우리의 사전> 하이퍼텍스트의 형식을 취한, 나만의 사전이다.

1.
내가 일상과 미술에서 자주 쓰고 접하는 순서대로 나열된 키워드는 먼저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 OED)에서 발췌, 정의된다. 아래에 개인적인 생각, 감정을 덧붙여 키워드가 정의되는데, 이는 진한의 영어사전(Jin’s English Dictionary, JED)이라고 명명된다.

2.
사전의 좌측은 영어, 우측은 한국어로 이중 병기되었다. 미술과 관련된 용어의 대부분은 영어로 먼저 쓰이고 국문 번역되었고, 일상어의 대부분은 국문으로 먼저 쓰이고 영문 번역되었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서사, 출판 직전에 쓰인 사전 뒷부분이나 상응어가 없는 경우 번역어 없이 출발어만 표기되었다.

3.
<너와 나와 우리의 사전> 2015 갤러리 개인전 도록 <당신의 나의 > 함께 발행되어 같이 있도록 기획되었다. 사전의 전반부에 포함된 키워드 아래에는 관련 그림 작품이 도록에 수록된 페이지 넘버가 붉은색으로 표기된다. 이렇게 출판물은 비선형적으로 연결된다.

4.
<너와 나와 우리의 사전> 후반부의 키워드 아래에는 전반부에 등장한 관련 키워드가 파란색으로 해시태그되었다. 이렇게 의미는 확대와 축소의 과정을 반복하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존재이다.

5.
이진한 작가가 전시회에서 소개하는 하나의 표현 방식은너와 나와 우리의 사전이라는 제목의 영어사전이다. 단어의 뜻을 기술하는 사전은 순수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다른 비밀을 만들어내어 의미 세계의 곤경을 창조하는 미로 같은 사물이다. 언어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포섭하지만 결코 존재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가가 자신만의 사전을 만들었다. 사전에 수록된 단어들은 선형적 관계로 설명되지 못하는 일상의 경험과 그것의 시각적 현전 앞에서 작가 자신이 매번 직면하는 개념어들이다. 그리고 자신의 회화에 동원된 비유의 대상 혹은 수사적 전략도 언급한다. 이러한 언어적 실천은 궁극적으로 작가가 자기 자신을 말하고자 하는 모종의 욕구에서 비롯할 텐데, 내면적 필요는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고백과 관계할 것이다. 이는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이고 정립된 담화를 확인하기 위함이거나 자신의 문맥에 맞는 언어적 권위를 이루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내면에서 행해지는 미적 충동을 타자에게 털어 놓으며 스스로를 계속 분절해내려는 건넴의 이야기에 가깝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사전은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확인하는 긍정의 가치이면서, 동시에 예술적 욕망과 감각적 매개체의 확장 사이에서 혹여 맞닥뜨릴지 모를 자폐적 의식과의 생산적 단절로도 있겠다.”

임산꿈꾸는 모든 것과의 대화 (2015)’ 발췌, 2015 갤러리 개인전 도록 <당신의 나의 >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