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필사 霧中筆寫
출판물 정보
필자: 신지현
디자인: 양민영
기획 및 진행: 산수문화, 최수련
번역:장우진
촬영:박현욱
그 외 도움: 전은진
쪽수:56
후원: 서울문화재단
발행연도:2020
작가소개 & 출판물 소개
작가 소개
최수련은 동시대에 재현되는 동양풍 이미지의 양상 및 소비 방식을 관심있게 바라본다. 근대화 이후 한국사회에서 낡고 이상한 것으로 치부되는 ‘동양적’인 것들을 반쯤은 의심하면서도 덮어놓고 좋아하고, 그것의 효용을 다시 고민한다. 동북아시아가 공유하는 전통적 클리셰 이미지를 바탕으로 비애, 여성, 현실과의 괴리, 내면의 오리엔탈리즘, 의심, 무지와 부조리 등을 그리려 한다.
출판물 소개
<무중필사>는 뭔가를 모른다는 느낌과 의심, 비애감이 뒤섞이는 데서 시작되는 전시이다. ‘모른다’는 느낌은 그 범위가 넓고 살짝 불쾌한 감정이다. 많은 것들을 모르지만 특히 ‘심오해 보이는 고전적 세계’나 ‘좋은 그림’ 처럼, 닿을 수 없는 깊은 경지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잘 모른다는 느낌이다. 의심은 “(주로 종교에서 제시되는) 초현실적 세계는 믿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세계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명리학이나 파자술, 도 수행, 굿 등 근대 이후에 이성적이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는 동양적인 것들에 대한 반신반의다. 비애감은 “아름다웠던 세계는 지나가버렸다(그러나 동시에 그 아름다운 세계는 존재한적 없으며 재현된 이미지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세계는 부조리하며 권선징악은 환상이다.” 등의 생각에서 파생되는 비애감이다. 이를 기반으로 무지의 상태에서 뭔가를 알아가려는 시도와 시늉을 더한 것이 이번 전시의 작업이다. 필사는 따라 쓰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쉽고 마음 편한 행위라는 점에서 아무도 간 적 없는 길을 가야하는 동시대 회화의 과정과 반대에 있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습자도 되고 쓰는 내용을 내면화하는 공부도 될 수 있는데 실제 공부처럼 어렵지 않으면서 공부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더 재미있다. 고전설화나 이상한 종교서, 화론 등에서 가져온 한자 텍스트들을 필사하고 독음을 달면서 그 위에서 나의 의심과 비애감이 교차되는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