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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직업

출판물 정보

김하나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도록

작가 : 김하나
필자 : 정현
디자인 : 이현송
페이지수 : 22p
발행 : 송은문화재단
발행연도 : 2020

*Adocs는 플랫폼 뷰어를 통해서만 열람할 수 있는 전자책 형식의 콘테츠를 제공합니다.

작가소개 & 출판물 소개

작가 소개

김하나는 회화 표면의 질감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빙하, 침대보, 합판 등 사물의 표면 질감을 직접적으로 레퍼런스 삼아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종종 바닥에 깐 캔버스 천 위에 물감을 흘린 뒤 천의 굴곡에 따라 자연스레 물감이 고이거나 굳게 두기도 한다. 또한 구체적인 레퍼런스가 있지 않더라도 물감의 안료 구성과 레이어 쌓기, 그리고 빛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캔버스 표면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감각할 수 있게끔 전시를 연출한다.

amalfiotter@gmail.com

출판물 소개

도록은 2019년 송은 아트큐브에서 열린 김하나의 4번째 개인전의 기록을 담고 있다.

“하늘은 땅의 표면에서 시작합니다.”[1]
“회화는 몸의 언어이다.”[2]
(…)안료를 칠하고 붓질을 하고 오일을 화면 위에 부어 의도치 않은 형태를 생성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예기치 않은 질감을 가진 표면성으로 환원된다. 표면의 질감은 작업을 이끄는 단서이자 동기가 된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빛의 개입도 일어난다. 여기에서 말하는 빛이란 외부의 빛을 의미하는데, 빛의 질감, 조도, 위치에 따라 회화가 조응하는 걸 의미한다. 이는 캔버스의 표면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회화에 부여된 전통적 관습에 혼란을 주는 주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따라서 그에게 2차원의 회화성은 단순히 요즘 언급되는 ‘납작함’, ‘빈곤함’의 미학과는 다르다. 그것은 회화가 물질에서 시작된 세계이기에 작업을 통하여 본연의 성질을 길어 올리는 생성의 과정으로 부를 수 있다. 다시 말해 완결된 세계를 재현한 ‘닫힌 회화’가 아닌 스스로 공간에 열려 있는 ‘몸-물질’을 가진다는 것이다. 때로는 캔버스 위에 다른 질감의 캔버스 조각이 덧붙여지기도 하는데, 이는 2차원의 평면성의 한계를 우회적으로 넘어서는 방법처럼 보인다. (Beau Travail 6) 금속적인 은색의 캔버스 화면 하단에 반투명한 탁한 보랏빛 은회색의 직사각형 평면이 덧붙여지면서 이 비재현적인 회화는 물질과 색채, 질감과 색조의 겹에 의한 의외의 내러티브가 생성된다. 이러한 캔버스 콜라주 작업은 프레임을 제거한 채 공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설치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벽이 아닌 공간 내부를 점유함으로써 조각이나 설치물처럼 적극적인 관람을 유도하는 효과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것이 기존의 회화적 조건을 흩트리기 위함은 아니다. 오히려 김하나는 회화를 보여주는 물리적 조건, 그러니까 건축적 구조, 공간의 빛과 색채 등과 같은 환경과의 관계를 미세 조정한다고 해석하는 게 보다 적확하다. 따라서 작가는 벽에서 5cm~25c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작품을 설치하는 걸 선호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실험이 회화성의 반역이라거나 단순히 확장된 회화성이란 의미로 고정하기보다는 관습에 의하여 가려졌던 회화의 본질을 되찾는 과정이란 열린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1] 장-뤽 낭시,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 갈무리, 2012, 41쪽.
[2] 김하나 작업노트 중에서 발췌.

(정현 평론가, 도록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