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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Seesaw

출판물 정보

필자: 김진주
디자인: 알음알음
편집: 알음알음
쪽수: 79p
발행처: 갤러리2
발행연도: 2026

작가소개 & 출판물 소개

윤영빈(1991)에게 대상의 모습을 그대로 그리는 것, 즉 재현의 의미는 이미지를 회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누락을 인정하는 일로부터 발생한다. 달리 말해, 그는 온전한 재현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닮음에 다가가는 여정에서 나타나는 물러남의 순간을 누적하여 재현의 근처를 배회하려 한다. 윤영빈은 보여진 대상의 표면을 낱장의 이미지로 여기고 이를 물감으로 모방한다. 이때 현실의 대상이 가진 특징과 회화의 표현을 거쳐 구현된 특징 사이의 격차를 최대한 줄이고자 애쓴다. 이를 위해 그는 촘촘하고 반드러운 극세목 캔버스와 고품질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내세운 제조사의 물감을 선택하고, 물감을 얇게 펼쳐 붓의 궤적을 지우는 붓질을 활용한다. 또는 어떤 이미지의 주제, 형태를 파악하기에 적합하거나 특정 이미지에서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미지를 근처에 배치한다. 물감을 쌓고 말리고 굳히기를 반복해 그리기의 과정을 가려가며 만든 윤곽,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명확히 구획된 이미지는 각 이미지가 지닌 본래의 특징을 강조한다. 마치 제작자의 주관성을 소거한 공산품처럼 그의 회화는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직조된 이미지는, 결코 기존의 이미지가 될 수 없다. 광원도, 시점도 어색한 화면이 편재한다. 이미지를 닮으려는 이미지는 가까워지는 과정의 중첩을 통해 결국 서로 간에 거리가 있음을 변증법적으로 입증한다. 여기서 재현을 향한 열의가 의도적으로 들키게 되고, 이 모순적인 순간에 비로소 회화가 지닌 고유의 세계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