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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틈,조각

출판물 정보

2020년 북구예술창작소 7기 입주작가 결과보고전 <<옅,틈,조각>> 의 도록

평문 : 양효실
디자인 : 김누리
편집 : 김누리
촬영 : 박현욱
쪽수 : 40p
후원 : 울산광역시 북구청
발행처 : 북구예술창작소 소금나루 2014
발행연도 : 2020
작가소개 & 출판물 소개

작가 소개 

그림자로 모이는 것들, 무질서한 질서들, 모이고 흩어지는 점선면. 등을 무수한 산책으로 발견, 수집하여 회화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모은 장면들은 단단하고 무력한 것들이 뒤섞여 있거나, 되풀이 되는 미완의 상태같은 것들이고, 이를 허술한 재현의 전략으로 캔버스나 종이에 그리고 있다. 

@_jeoneunjin_studio 

출판물 소개 

“화가로서 풍경이나 식물을 착취하거나 동일시하지 않으면서 온당한 관계를 맺겠다는 결심을 한 작가의 풍경은 분명 다르겠죠? 대상화하지 않기, 공감·동일시로 타자화하지 않기는 포스트모던 다원주의를 배운 사람들의 이론적 태도이기도 하죠.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서 그런 ‘윤리’를 체화했습니다. 나의 고독이나 자만심이나 우월감을 방증하면서 물러나는 풍경을 그리지 않기, 말입니다. 줄곧 그림을 그려온 작가, ‘전업 작가’이지만 천천히 오래 작업하려는 작가, 되고 안 되고 보다 더 좋은 관계를 형상화하는 데 고심하는 작가, 회화라는 매체에 대해 양가적 감정을 갖고 있는 화가, ‘전통적인’ 매체에 대한 반발심과 자신의 “색칠하는 행동”에 대한 애정 사이에서 회화를 포기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는 작가가 회화를 다루는 방식, 보는 대상과의 “친교”를 중시하는 화가가 풍경화를 그리는 방식이 궁금해집니다. “내가 본 것이 나”라고 말하는 이 화가의 화면을 잘 바라봐야합니다.  

회화라면 진력이 날 법한 화가가 전문가주의, 완성, 회화성과 같은 배운 개념들, 정신적 회화를 안 그리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강가의 나무들이나 풀, 들판의 식물들이 재현적으로 그려진 것 같기도 하고, 한 번의 붓질들로만 면을 채운 것 같습니다. 저채도의 물감들은 싱싱하게 빛을 발하는 전원이나 핍진성의 생동감과 같은 자연의 ‘본질’을 그리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적 선택 같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작가의 회화는 밑그림, 드로잉, 초벌그림으로 보입니다. 더 그려지기를, 더 안정적이기를, 더 알아볼 수 있기를, 더 망막에 올라오기를 제가 익숙하게 보아온 풍경화 상투형이 요구하기도 합니다. 가로로 세로로 반복적으로 작게 그어진 붓질들이 면을 채우고 풍경이 되고 알아볼만한 대상이 됩니다. 물론 보고 그린 것일 겁니다. 북구 창작소 근처, 작가가 매일 들어가고 걷고 움직이는 장소가 소재이니까요. 셀 수도 있을 것처럼 눈에 보이는 붓질 사이에서 물감이 졸졸 시냇물처럼 흐르는 부분도 있습니다. 물감이 두텁게 올라가고 여러 번 붓칠을 반복함으로써 견고한 이미지나 형상을 만들어내는 기법은 전혀 없습니다. 이것은 덜 그리려는, 회화의 초입부에서 멈추려는, 풍경의 가장 감각적인/시각적인 순간에서 머무르려는 작가의 결과, 성취, 증거입니다._양효실 <얕고 옅은 관계를 위한, 덜 그린 풍경화>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