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메모리: 전쟁 이후?
출판물 정보
필자: 김동민, 박예린, 배진선, 심하린, 유희림, 이민정, 최은총, 한문희
표지 디자인: 박예린
내지 디자인: 배진선
편집: 한문희
페이지수: 59p
발행처: 에포케 레테
발행연도: 2025년
작가소개 & 출판물 소개
에포케 레테(epoché rete)는 2023년부터 격주로 발간 중인 미술 비평 뉴스레터이다. ‘정지, 중지, 보류’를 의미하는 에포케(epoché)와 그물망을 뜻하는 라틴어 레테(rete)를 결합한 명칭은 비평적 사유를 위한 ‘보류의 네트워크’를 상징한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관습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오던 것들을 모두 괄호 속에 집어넣고, 느슨히 이어진 연결망을 통해 대화를 지속하고자 한다. 시시각각 나를 침투하는 속단의 유혹을 접어두고 우리, 잠시 생각하자. 그 생각의 끝에 떠오를 판단은 온전히 나의 몫이겠으나 그 무게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 될 수 있도록.
@epocherete, https://epocherete.stibee.com/
에포케 레테는 2022년부터 미술 비평 뉴스레터를 발행하며, 동시대 예술과 비평의 교차점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이번 앤솔로지는 그 활동의 첫 결실이자, 한국 사회의 ‘기념’이 반복될수록 희미해지는 기억의 정치학에 대한 응답이다.
2025년은 1945년으로부터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1945년은 오랫동안 ‘광복’과 ‘해방’, 즉 빼앗긴 주권의 회복이라는 민족 서사로 기억되어 왔다. 그러나 1945년은 단지 한반도의 해방만을 뜻하지 않는다. 세계사적 관점에서 그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이자, 근대 식민체제의 해체와 재편을 알리는 거대한 분기점이었다. 이 해는 식민의 종결이자 냉전과 분단의 시작, 개발주의적 근대화와 반복되는 국가 폭력, 그리고 제국적 질서가 자본주의적 식민 질서로 전환된 시점을 의미한다. 『에포케 레테 2025 앤솔로지』는 바로 이 교차점에서 출발한다. ‘광복 80주년’이라는 수사 뒤편에 자리한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반복되는 폭력 속에 살아가는 세대의 감각을 ‘포스트 메모리(Postmemory)’의 언어로 기록하고자 한다.
이 기획이 단지 ‘기념’을 넘어 현재와 미래를 위한 질문을 던지는 장이 되길 바란다. 세계사 연표에서 광복과 종전은 1945년 위에 고정되어 있지만, 이 사건을 현재(혹은 미래) 완료로 연장하는 일은 후세대에게 달렸다. 그렇기에 기념은 기계적 반복이 아닌 성찰이어야 하며, 기억은 재생인 동시에 균열이어야 한다. 본 앤솔로지에 담긴 사유들이, 우리 시대의 불확실성 속에서 기억과 역사의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