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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 + 프로젝트: 우주적 인종

출판물 정보

우주적 인종에 대한 예술적 상상, 《DOPA + Project : The Cosmic Race》

참여작가 : 이해반, 다니엘 몬로이 쿠에바스, 안지윤, 지민석
글쓴이: 최고은, 루벤 로메로, 엘리자베스 메디나 타보아다
기획: 최고은
디자인: 김재하(북극섬)
행정자문 : 최지혜
편집 : 푸앙아르
쪽수 : 115
사진: 세르지오 로페즈 디아블로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행처 :도파
발행연도 : 2021

작가소개 & 출판물 소개

작가 소개

DOPA는 2013년 한국에서 시작된 예술가 단체이다. 한국-러시아-멕시코 등 국가를 초월한 예술가 간의 교류에 기반하여 창작과 전시에 대한 형식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https://dopaplusproject.com/
https://www.instagram.com/dopaplusproject/

출판물 소개

《DOPA + Project : The Cosmic Race》는 우주적 인종에 대한 예술적 상상이 구체화되어 형상을 갖추는 과정이다. 말하자면 문화접촉과 변용이 인간과 건축에 남긴 역사적 레이어들을 살펴보고, 거기에 예술가들의 상상을 더하고, 창작의 결과물을 미술관과 가상공간에 덧입혀보는 시도이다. 전시의 중심이 되는 “우주적 인종”이라는 표현은 멕시코의 철학자, 정치가, 교육자 호세 바스콘셀로스(José Vasconcelos, 1882~1959)의 책 “보편적(우주적) 인종(La raza cósmica, 1925)”에서 빌려왔다. 바스콘셀로스의 “raza cósmica”는 멕시코를 포함하여 라틴 아메리카 인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메스티소, 즉 초월적 존재를 의미한다. 그는 원주민(홍인)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메스티소를 기존의 인종 분류를 넘어 대립과 갈등을 극복한, 우월한 융합의 상징으로 보았다. 물론, 인종의 우열을 암시하는 그의 이론에는 공감할 수 없다. 그러나 바스콘셀로스는 미래로 향하는 과정에 발생한 인종의 융합에 대해 자신만의 해석틀을 마련하여 읽어냈고, 그러한 그의 시도에서 우리는 흥미로운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스콘셀로스의 에세이는 지배-피지배, 토착-외래 등 상이한 문화가 만나고 부딪히는 곳에서 파생되었다. 이 에세이에는 비대칭적인 문화가 융합되어 나타난, 하나의 보편적인 인종에 대한 그의 비전이 담겨 있다. 즉, 그가 말하는 융합은 생물학적인 차원을 넘어서 문화적인 동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그가 인종 융합의 당위성을 제시하는 동안 오히려 세상의 갖가지 경계가 드러났고,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혼종 문화가 초래하는 갈등과 혼란, 수용의 상황에 주목하게 했다. 한국과 멕시코의 미술가, 건축연구자, 기획자는 이러한 종합적 인식을 바탕에 두고 DOPA의 ‘+ Project’를 펼친다. 

《DOPA + Project : The Cosmic Race》에서 한-멕 양국의 예술가는 각자가 건져올린 혼종의 레퍼런스를 중첩시켜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트에 쌓아올린다. 이해반은 직접 혼종(cross-breed)을 시도한다. 주변에서 섞이지 못할 존재들을 찾아 상상의 인물을 만들어 섞어본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초상화 연작 <우주적 인종>(2020)은 작가의 주변인물과 그들이 좋아하는 식물이 섞인 새로운 인종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자연 상태에 있던 식물은 인간의 기호에 의해 선택되고, 새로운 종으로 섞이는 과정을 통해 문화의 영역에 속하게 되었다. 작가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려 새로운 인종을 만들어냄으로써 문화접촉과 변용 무대로서의 인간의 신체를 전면에 드러낸다. 

이해반 작가가 다른 두 종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면, 건축연구자 안지윤은 한국과 멕시코의 두 궁전을 연결해 경계가 만들어졌던 시간을 눈앞에 펼친다. 한 집단의 기억과 정체성을 만드는 장소로서의 건축물은 인간의 신체와 달리 문화 접촉의 흔적을 ‘레이어’로 남긴다. 그는 경복궁 건축물의 생성과 소멸이 기록된 약 100년간의 지도를 맵핑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각기 다른 건축 양식이 혼합된, 발밑으로 아즈텍 유적이 보이는 Palacio de la Autonomía의 전시장에 설치한다. 그럼으로써 두 장소의 시간을 한 작품에 담아낸다. 다니엘 몬로이 쿠에바스는 The Cosmic Race의 중심을 차지하는 인간 Human Being에서 ‘Human’에 괄호를 씌우고 (Human) Being에 접근한다. 다시 말해, 그는 비인간 존재를 인간과 동일한 선에 두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보편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영화제작자이기도 한 작가는 카메라라는 존재에 주목하는데, 여기서 카메라(와 그 그림자)가 응시하는 시공간은 자각의 조건으로 상기된다. 이는 그가 온라인 전시공간에 공개한 “Rey Cobarde”라는 오래된 감시 카메라의 그림자 캐릭터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주변의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고 싶어 하는 그림자” Rey Cobarde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변에 영향을 받는 존재로 그려지는데, 이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종’의 보편적 한계와 그 한계에서 비롯되는 끝없는 존재론적 사유를 암시하기도 한다. 더불어, 기계(또는 그 그림자)와 인간의 감정이 한데 엮인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기술과 분리하여 생각하기 어려워진 인간의 정신적·신체적 혼종(hybrid) 상태로 생각이 가닿는다. 이러한 혼종 상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지민석을 통해 한층 더 깊어진다. 작가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들을 신격화한 4개의 도상과 경전을 만든다. 그는 이렇게 문명과 개인-집단의 기호가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상을 기존의 용도에서 떨어뜨려 재맥락화시킴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그것들을 ‘다시 보게’ 한다. <우주적 신들>(2020)로 둘러싸인 관객이 잠시나마 사회에서 얻은 인위적 개념을 내려놓고 “눈을 떠서” 만물의 존재를 새롭게 볼 수 있도록, 종교적 시공간을 연다.

최고은, 루벤 로메로(비평가), 엘리자베스 메디나 타보아다(미술가)는 텍스트 작업을 통해 우리 안팎의 혼종 상태를 마주한다. 우주적 인종에 관한 생각을 통로 삼아 4인의 작품과 호흡하고 지금 여기, 우리가 처한 문제에 재접근한다. 《DOPA + Project : The Cosmic Race》에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가 담겼고, 식민 지배의 반향이 녹아 있으며, 인류의 미래에 대한 환상이 숨어 있다. 전시를 통해 DOPA는 인간과 건축물에 남은 혼종 흔적을 찾고 상상한다. 다시 한번 예술을 중심으로 보편성과 특수성의 사이를 가로지르고, 우주적(cosmic) 사회의 수많은 레이어 사이를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