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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하기

출판물 정보

작가: 김다슬 유영범 오민수 이시마 주경빈 최환호 허창범
기획: project_
필진: project_
디자인: ccccccc studio ltd.
편집: ccccccc studio ltd.
페이지수: 30p
발행연도: 2025
발행인: project_

작가소개 & 출판물 소개

팀 소개

project_ (프로젝트 언더바)는 2019년부터 이어져 온 유목적 큐레토리얼 프로젝트로, “삶의 성찰을 위한 최소한의 개입”을 모토로 한다. 고정된 공간이나 형식에 머무르기보다 전시, 텍스트, 사운드, 리서치 프로그램 등을 유연하게 구성하며 존재, 감각, 기억을 둘러싼 장면들을 실험한다. 거대한 서사를 주장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균열과 잔향에 가볍게 개입함으로써, 관객이 스스로 사유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장기적인 시도이다.

@project_underbar

 

출판물 소개

“염함은 상처의 가장자리를 뒤집어,
그 속에 다른 세계를 꿰매 넣는다.”
…이 봉합은 치유를 가장하지만, 실은 기존의 질서를 미묘하게 변형하는 침투일지도 모른다.
소금의 결정은 살과 살 사이로 파고듦과 동시에 시간의 흐름을 접어 올리고, 그 접힘 속에 전혀 다른 결의 세계를 배양한다… 그리하여 상처는 단순한 훼손을 초월한 불확정성이 머무는 새로운 경계로 변모한다.
가변적 아카이브로서의 ‘염하기’는 고정된 기록을 거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것은 보존을 통해 정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불확정성을 지속시키며 의미의 변화를 수용하는 개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염하기’는 기억을 영구히 봉인하는 장치를 넘어 의미를 유예하고 재구성하는 하나의 기록정치로써 발현된다. 이는 아카이브하는 행위가 단순한 과거의 저장소가 아닌 미래를 구성하는 살아 있는 매개체임을 드러내는데, 불확정성의 틈을 지워버리는 대신 그 틈 속에서 다른 가능성들이 발효되도록 두는 것—이것이 염하기가 제안하는 지속적인 아카이브행위의 새로운 윤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염하기의 함의는 단지 윤리적 태도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가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넘어가는’ 전환의 매개이다. 소금이 조직 속으로 스며들 때, 불이 염증으로 발화할 때, 혹은 상처가 통증과 치유 사이에서 머물 때—대상은 더 이상 이전의 그것이 아니다. 염함은 형태의 유지와 변질을 동시에 수행하며, 사물과 몸, 이미지와 기억을 ‘다른 것’으로 만든다. 여기서 이러한 전환은 상태의 분절적 단절이 아닌 내부의 변속장치처럼 점진적이면서도 불가역적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