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 개인의 영역
출판물 정보
발행인 : 이미현
디자인 : 최한화
페이지수 : 80p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
발행연도 : 2025
작가소개 & 출판물 소개
《상 : 개인의 영역》은 과거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다섯 명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지역으로 흩어지며 고유한 개인의 영역을 구축해 온 과정에 주목한다. 물리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축적된 이들의 서사는 고정된 낱말로서의 ‘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주되고 해석되는 유동적인 이미지로 전개된다. 작가들은 ‘형상의 유동성’, ‘상상‘, ‘허무-사랑‘, ‘남겨진 것‘, ‘인지‘ 등 각자의 사유를 바탕으로 ‘상’의 개념을 새롭게 언어화하며 조형적으로 구성한다.
과거의 접점을 넘어 개별적 경로 위에서 자신만의 탐구를 시도한 작업은 공간 속에서 병치되며 다층적인 시각적 감응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외부의 본질과 내면의 흐름에 대한 사유는 공간 안에서 다시 구성되어 관객의 시선 속에서 감각적 여지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작가들이 구축한 개인의 영역은 관객의 방식으로 구성된 ‘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또 다른 감각의 결로 발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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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경 Ko Heekyung
고희경은 불안정한 자아와 변화하는 존재에 대해 질문한다. 일그러지거나 소실된 형상은 반복과 모순을 다루며 외형 너머의 감정을 드러낸다. 작가에게 형상은 명확한 이미지라기보다 불분명하고 유동적인 개념에 가깝다. 그는 이를 통해 불안정한 상태에서 비롯된 감각과 인식을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과 나누고자 한다.
손종욱 Son Jongwook
손종욱의 세계는 유년기의 상상과 놀이에서 출발한다. 그는 현실에서 가질 수 없던 대상을 그림으로 구현해 자신만의 스펙트럼을 구축해왔다. 작업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난감과 상상 속 존재들은 작가의 기억과도 맞닿아 있다. 동심과 유머가 깃든 상상은 지금의 작업 안에서도 이어지며 장난감은 그 세계로 진입하는 중요한 매개로 작동한다.
심현진 Sim Hyunjin
심현진의 만화경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즈, 색종이 같은 일상적인 재료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거울에 의해 반복·확장된 이미지들은 재료 고유의 물성을 넘어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만든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사물의 ‘가치’나 ‘미’를 판단하는 기준에 질문을 던진다. 주목받지 못하던 재료들은 만화경 안에서 아름다운 장면으로 전환된다.
장온유 Jang Onyu
장온유의 작업은 들리지 않는 소리나 잊혀진 잔재에 주목한다. 불편하다고 여겨지거나, 점차 밀려나 잊혀진 것들—형태를 갖지 못했거나 가졌던 상(像)을 잃은 채 사라지는 것들. 그는 무언가를 완성하거나 회복시키기보다 존재하는 그대로의 상태로 두는 방식을 택한다. 사라지는 방식에 머무는 순간들을 통해 남겨진 것들은 관객에게 여전히 감각될 수 있다.
최한화 Choi Hanhwa
어떤 대상을 인지함이란 시선의 끝이 물리적으로 부딪혀 떨어지는 곳에서 시작된다. 대상은 공간을 밀어내며 부피와 밀도를 형성하는데, 그 공간감을 통해 대상의 형태를 인지하게 된다. 대상 자체를 인지하는 것이 아닌, 대상을 둘러싼 공간감으로 대상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것을 온전히 대상을 인지한다 볼 수 있는가? 최한화의 작업은 물리적 공간에서 ‘나’와 ‘대상’을 이분법적으로 접근하여, ‘대상’은 결코 인지될 수 없음을, 그러나 ‘나’와 ‘대상’이 상호작용 속에서 관계로서의 실재함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