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적 정화
출판물 정보
필자 : 구지수, 민유월, 이한울, 임주영(이반림), 하영하
디자인 : 하영하
편집 : 하영하
사진 : 오용진
페이지수 : 28p
발행처 : 창작집단 H8E
발행연도 : 2025
작가소개 & 출판물 소개
창작집단 H8E는 2024년에 창단되었으며 연극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공연 예술 단체이다.
현대사회와 인간, 존재, 미래를 소재로 삼아 텍스트, 사운드, 퍼포먼스를 결합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고증을 탐구하면서 그 속의 인물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본다.
또한 극을 전개하는 방식을 퍼포먼스, 사운드, 미디어를 활용해, 보다 감각적으로 느끼게끔 방법을 모색, 실험하고 발표하고 있다.
《의식적 정화 프로그램북》**은 2025년 여름, 예술공간 혜화에서 펼쳐진 동명의 공연을 다시 불러들이며, 그 순간에 깃들었던 질문과 감각을 책의 형태로 옮겨놓은 기록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공연 안내서가 아니라, 정화라는 이름 아래 쏟아진 말과 침묵, 몸짓과 이미지의 잔향을 모아낸 또 하나의 무대이기도 하다.
극작·연출가 임주영(필명 이반림)의 연출 의도와 긴 호흡의 인터뷰, 작품 속을 관통하는 시놉시스와 키워드 해설, 까마귀 사체와 박제를 둘러싼 상징의 층위, 그리고 무대 소품의 스케치와 배우들의 발화를 통해, 독자는 공연이 남긴 흔적들을 따라가며 다시금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예술은 어디까지 생명을 대상화할 수 있는가”, “정화란 지우는 일인가, 혹은 다시 덧칠하는 일인가” — 작품이 열어둔 물음들은 이 책 안에서도 쉼 없이 반향한다.(인터뷰 질문지는 민유월이 썼다.)
여기에 구지수 작가의 비평적 글, 하영하가 쓴 포스터 해설과 이한울이 쓴 사전 음성해설 원고, 그리고 무대 사진과 창작진의 기록들이 더해져, 《의식적 정화》를 직접 목격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작품의 윤리적 긴장과 미학적 실험을 생생히 전한다. 이 기록은 하나의 공연을 넘어, 예술이 감당해야 할 무게와 그것을 둘러싼 모순들을 오래도록 사유하게 하는 거울이 된다.
결국 《의식적 정화 프로그램북》은 공연의 그림자를 붙잡아 두는 아카이브를 넘어선다. 말과 침묵, 이미지와 행위가 뒤엉켜 빚어낸 감각의 균열을 한 권의 책 속에 병치함으로써, 동시대 예술이 서 있는 자리와 앞으로의 길을 다시 묻는다. 그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창작집단 H8E가 세상에 던지는 또 하나의 선언이자, 미래의 창작을 향한 사유의 토대다.